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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COFFEE_호주커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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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의 꿈은 바다이다. 바다를 꿈꾸며 쉼 없이 내달리는 푸르른 강물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늘 내 심장을 뛰게 한다. 펄떡거리며 살아 숨 쉬는 생생한 경험들로 얻은 삶의 철학들은 위기의 순간마다 단단한 방어벽이 되어 그들만의 작은 세상을 조금씩 더 견고하게 해준다. 호주에서 처음 만나게 된 개인 로스터 마일스 프레슬리(Miles Priestley). 11년 전 로스팅을 시작한 베시토 커피(Besito Coffee)의 대표 마일스는 2년 전 모바일 커피 밴(Mobile Coffee Van, 이동 가능한 밴 카페)을 시작으로 8개월 전 이곳 버레이 헤즈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 한쪽에 자리를 잡고 직접 볶은 커피콩으로 만든 아름다운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하늘을 지붕 삼고 대지를 바닥삼아 시작한 모바일 카페! 세상이 무대가 된 그들만의 작지만 사람 냄새나는 커피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잔잔한 감동으로 채워주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그들이 놓지 않고 붙잡을 수 있었던 삶의 그 열정은 무엇이었을까?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마일스 부부의 인생이야기, 그 푸른 열정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던 주말아침 우리는 버레이 헤즈 파머스 마켓으로 향했다.

호주에서의 체감 물가는 한국의 2배 정도지만 시간을 내서 조금만 발품을 팔아도 식비를 반으로 줄일 수 있는 파머스 마켓들이 곳곳에 많이 있다. 주에 따라 또 각 지역에 따라 수요일, 금요일 혹은 주말 등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어, 날짜와 지역을 확인 후 방문하면 취향에 따라 유니크하면서도 흥미로운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특히 골드코스트를 중심으로 주말마다 열리는 다양한 형태의 마켓들은 찾을 때마다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흥미로운 곳이다.

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싱싱한 야채와 과일, 육류와 다양한 먹거리 등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파머스 마켓은 마치 우리네 시골장터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특히 버레이 헤즈의 파머스 마켓은 골드코스트에서도 규모가 큰 곳이다.

주말 아침 주의원 선거 날과 겹쳐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투표를 끝낸 시민들로 마켓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로 미로처럼 이어진 상점들은 마치 종로 인사동의 한 골목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각양각색의 상품들이 유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북적거리는 시장입구를 지나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니, 아티스트가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었다는 독특한 수제품들도 보였다. 감각적인 찻잔들과 접시들, 오색빛깔의 원피스와 이국적인 문양의 액세서리 등은 금방이라도 지갑을 열고 구입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했으며, 특히 이색적인 모양으로 만든 화분들과 형형색색의 화초들은 오랜 시간 마음의 갈등을 빚어냈다.

마켓 안쪽에서는 갓 구운 듯한 머핀과 케이크들이 연인들의 발길을 붙잡고, 호주에서 인기가 좋은 일본식 스시롤 또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와 샌드위치로 브런치를 하려고 마음먹었던 우리의 양손에도 어느새 스시롤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유혹의 긴 터널을 지나자 드디어 우리가 원하던 싱싱한 채소와 과일들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의 저렴한 가격에 두 눈이 반짝반짝 빛을 냈다. 살아 숨 쉬는 삶의 에너지와 열정이 넘쳐나는 이곳,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버레이 헤즈 파머스 마켓이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수많은 인파로 마켓은 점점 더 혼잡해졌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파워풀한 여가수의 목소리와 연주소리에 이끌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우리도 신나는 음악에 이끌려 걸음을 옮겼는데, 매혹적인 여가수의 공연이 한창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보게 된 모바일 카페 베시토 커피. 처음 보는 커피 이름도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직접 로스팅 한 커피를 판매한다는 문구가 더 흥미로웠다. 마침 맛있는 커피한잔이 생각났던 때라 무척이나 반가웠던 순간이었다.

주문한 아이스커피는 여가수의 노래가 끝나갈 무렵쯤 맛볼 수 있었는데, 아름다운 커피 향과 신선하고 고소한 맛으로 우리의 오감을 단숨에 사로잡아 버렸다. 물론 카페 옆 아름다운 여가수의 공연도 큰 몫을 했으리라!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그 공연의 주인공은 트와인(the Twine)이라 불리는 가족밴드였다. 오스트레일리아 갓 탤런트(Australia got talent)에 출연하며, 각종 크고 작은 수상경력도 있는 트와인(the Twine)은 로컬이 뽑은 가장 인기 있는 밴드이기도 하다. 멋진 공연 후 감성을 자극했던 커피가 궁금해진 우리는 다시 베시토 카페 부스로 가서 나란히 진열되어있는 원두들을 살펴보았다.  콜롬비아, 브라질 , 에티오피아, 케냐 등 다양한 싱글 오리진 커피와 두개의 블랜딩 커피가 눈에 들어왔다. 아들이 근처 작은 커피공장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고 있다며 아버지인 듯 보이는 연세 지긋한 분께서 대신 이야기를 해주었다.

늘 멋스럽게 꾸미고 아름답게 내부 장식이 된 카페만을 보다가 이렇듯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무기삼아 시작한 모바일 카페를 보니 마치 오래전 우리가 꿈꾸었던 모습을 보는 듯 가슴이 뭉클해졌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매주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멋진 아웃도어 카페 베시토! 모바일 카페에서만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행복일 것이다.

  

일요일 아침, 인터뷰를 위해 다시 만난 마일스 부부는 전날보다 훨씬 여유롭게 커피를 내리고 있었는데, 나와 두 눈이 마주치자 환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로스터 겸 바리스타인 마일스 프레슬리(Miles Priestley)는 에메랄드 빛 푸른 눈을 가진 착하고 선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19년 전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건너온 마일스는 25년 전 처음으로 큰형에게 커피 로스팅을 배우며 커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커피로 이미 큰 성공을 이루었다는 큰형은 그의 커피 스승이자 롤모델이기도 하다.

호주로 건너와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도 커피 로스팅에 대한 오랜 꿈을 잊지 않고 있던 마일스,

그의 커피인생은 11년 전 버레이 가든(Burleigh Garden)에 위치한 작은 공장을 빌려 중고 로스터기를 구입하면서 다시 시작 되었다.

자신만의 로스팅 포인트를 찾기까지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는 마일스는 2년 전 아내와 함께 모바일 카페를 시작하였고,

자신이 직접 볶은 커피콩을 로스팅 공장 주변 카페에도 납품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터뷰 도중 베시토(Besito)라는 단어가 리틀 키스(a little kiss)라는 뜻의 스페인어임을 알게 됐는데,

마일스는 그 이름에 매력을 느껴 ‘엔조이 어 리틀 키스(Enjoy a little kiss)’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고 했다.

오너에게 맛있는 커피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는 자신만의 철칙이 있는 듯 신중하게 생각하고 답을 해주었다.

첫 번째는 최상의 아름다운 커피콩이며, 두 번째는 깨끗하고 청결한 에스프레소 기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훌륭한 바리스타를 꼽았다.

오너는 셋 중에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는 철저한 원칙을 만들어,

어떤 상황에서도 세 가지 조건을 지키려 최선을 다 했다고 한다.

실키한 느낌의 플랫 화이트(Flat white)를 즐겨 마신다는 마일스는 아름다운 향과 조화로운 맛으로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베시토 커피를 만들고 싶다고 자신만의 소박한 꿈을 밝혔다.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친구가 될 수 있기에, 커피를 만드는 일은 그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자신이 꿈꾸고 바라고 희망하던 인생을 온몸으로 부딪쳐 살고 있는 사람.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그의 삶은 행복으로 가득하고 열정으로 충만해보였다.

마일스와의 인터뷰를 끝내고 십년 후 나의 모습을 잠시 상상해본다.

꼭 십년 뒤 나는 마일스의 나이가 된다. 오십대 초반의 내 모습이 아직은 낯설지만 곧 다가올 것이다.

하얀 종이 위에 원하는 삶의 모습을 스케치해본다.

좋아하는 색상을 골라 색칠하고, 공간을 하나씩 채워나가다 보면 나만의 작품이 십년 뒤에는 완성될 것이다.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보자.

피그말리온처럼 매일 자신의 작품을 다듬고 어루만져,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지나친 부분을 깎아내어,

원하는 삶의 조각들을 재창조해내는 것이 삶의 임무일 것이다.

맛과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한 잔의 커피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나가자.

지금 나의 인생은 어떤 맛과 향을 내고 있을까? 오늘도 나는 한 잔의 커피에 정성을 다한다.

그래야 사색하는 시간이 더욱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음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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