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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COFFEE_호주커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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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어우러지는 카페에서 호주의 상징캥거루 가족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야생동물 보호구역인 커럼빈 벨리에 위치한 쓰리 피그스 카페(Three Figs Cafe)에서는 가능한 이야기다화려하지 않지만 아늑하고 소박한 느낌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담고 있는 그곳으로 떠나보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오너

군자의 삶을 원했던 공자에게 마흔은 불혹의 나이였으나 ‘100세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마흔은 여전히 흔들리는 유혹의 나이다평생 꿈꾸어온 아름다운 나비가 바로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존재임을 알게 된 작은 애벌레처럼내안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끌어내어 새롭게 탈바꿈 하고 싶은 시기이자 변화의 불꽃을 일으키고 싶은 나이새로운 것에 대한 끝없는 갈망의 시기이기도 하다새로운 삶을 꿈꾸며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던 때가 꼭 그러했다.

 

 



 우리만의 작고 아름다운 카페를 꿈꾸며 배우기 시작했던 커피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커피는 더욱 어렵게 느껴졌고그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배워야 할 것은 산처럼 쌓여만 갔다한 잔의 훌륭한 커피를 만드는 일은 생각만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그 후 우연히 멋진 카페를 발견할 때마다 주인장의 인생여정이 더욱 궁금해지고그들 카페의 탄생비화는 우리의 흥미로운 관심거리가 되었다세 개의 커다란 무화과나무로 둘러 싸여있는 아름다운 카페 쓰리 피그스 카페(Three Figs Cafe)도 예외는 아니었다기존의 자아를 버리고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가는 미렐라 자키모프(Mirella Jakimoff) 그녀와의 소중한 만남은 내게 중요한 깨달음과 교훈을 안겨주었던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수 십 마리의 캥거루 가족들까지 볼 수 있어 오랜 시간 잊혀 지지 않던 한 카페가 있었다그 이름도 독특한 쓰리 피그스 카페이곳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 12월쯤이었다호주 친구의 소개로 골드코스트에서 20Km 남짓 떨어져있는 커럼빈 밸리(Currumbin Valley)를 찾아가는 길이었다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색다른 자연 풍광을 보여주었던 매력만점의 드라이브 코스 커럼빈 밸리의 아름다운 계곡 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에서 우연히 아름다운 로컬카페를 보게 되었다.

세 개의 커다란 무화과나무로 둘러 싸여있는 자연친화적인 느낌의 쓰리 피그스 카페는 커럼빈 밸리 에코 빌리지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화려하진 않지만 로컬카페다운 작은 간판을 따라 카페 안으로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더 아늑하고 사랑스런 분위기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카페 중앙을 지나 뒤뜰로 이어지는 유리문 너머로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새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싱그러움을 자랑하는 푸른 무화과나무들그리고 멀리보이는 커럼빈 밸리의 아름다운 능선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시원스레 뻗어있는 나무그늘 아래에는 브런치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가득했고우리도 간단히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하고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 평온했던 우리의 심장을 갑자기 뛰게 만들었던 캥거루 가족들카페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수 십 마리의 야생 캥거루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우연히 커피한잔 하러 들른 카페에서 무리를 이루고 있는 야생캥거루를 보고 있자니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곳 커럼빈 밸리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라 자연 그대로 보존이 잘 되어 있으며 근처 커럼빈 야생 보호구역(Currumbin Wildlife Sanctuary)에서는 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때에 수천 마리의 아름다운 새들이 모여 사람들의 어깨머리 등에 내려앉는다고 한다야생 조류뿐만 아니라 코알라·캥거루·펭귄·크로커다일도 살고 있으며무료로 운행되는 꼬마기차를 타면 공원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고 하니 시간이 된다면 함께 둘러봐도 좋을 듯한 장소이다.

골드코스트하면 서퍼스 파라다이스브로드 비치버레이 헤즈 등 바다만을 떠올리게 되지만 팜비치에서 커럼빈 비치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살짝 벗어나 조금만 내륙으로 들어와도 이렇게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카페

쌀쌀했던 호주의 겨울바람이 물러가고 향기로운 봄바람이 불어오던 주말 아침야생 캥거루 가족들로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던 쓰리 피그스 카페를 다시 찾게 되었다여느 때와는 달리 한가로워 보였던 오후에 오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수 십 년간 직장생활을 해왔다는 그녀는 2년 전 퇴직을 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카페를 시작했다고 한다커피에 대한 지식도 카페운영에 대한 노하우도 전혀 없이 시작한 그녀였지만근처 지역 주민들과 함께 아주 색다른 방식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카페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제품들과 식재료들이 모두 지역주민들이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이라는 것이었다카페를 중심으로 반경 100km이내에서 직접 생산하거나 홈메이드 방식으로 만들어진 카페 메뉴들은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그날 들어온 신선한 야채와 과일 그리고 다양한 유기농 잼과 꿀허브차 종류도 함께 구입할 수 있다직원들 역시 지역 주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카페 일을 도우며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겸하고 있다고 한다우리에게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었던 바리스타 아가씨는 유기농 야채 도매사업을 겸하고 있었고또 다른 바리스타직원은 유기농 잼을 손수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자세히 둘러보니 각양각색의 포장 제품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유기농 비누와 크림로션은은하면서도 아름다운 향을 품고 있는 허브향초와 다양한 퀼트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하나의 카페로 수 십 명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특화된 상품들을 공동판매하고 수익 중 일부분을 자연환경을 살리는 좋은 일들에 기여하고 있다고 하니듣고 있는 나의 마음도 훈훈해지고 따뜻해졌다.

 

 

 

바이런 베이의 번 커피

쓰리 피그스 카페가 자랑하는 맛있는 커피의 비밀은 바이런 베이에서 생산되는 번 커피(Bun Coffee)에 있었다번 커피는 품질과 신선함을 무기로 경쟁사들과 차별을 두었을 뿐만 아니라 레인포레스트연합(Rain Forest Alliance)에서 인증된 유기농 커피를 만들고 공정무역으로 커피를 구매함으로써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고 지구 환경을 돕는데 힘을 쏟고 있다로스터 겸 우수한 커피바리스타로서 20년 이상 카페를 운영해온 번 커피의 창시자 데이비드 케네디(David Kennedy)가 번 커피를 만들게 된 이유는 단 하나바로 한 잔의 맛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올바른 그린빈 선택에서부터 커피품종에 따른 적절한 로스팅과 블랜딩마지막으로 숙련된 바리스타의 세심한 추출과정이 모두 잘 이루어져야 훌륭한 커피 한 잔이 나올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철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고집스러운 결정들을 실천에 옮기며 번 커피만의 고유하면서도 특색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다양한 블랜딩 커피 중에서도 특히 과일과 꽃의 강렬한 아로마가 살아있고산뜻한 단맛과 우수한 신맛을 지닌 쉐이드 그로운 레인 포레스트 블랜드(Shade Grown Rain Forest Blend)는 에스프레소뿐만 아니라 라떼와 카푸치노에도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어 카페 메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삶의 색을 다채롭게

오너인 미렐라 자키모프는 회색 흰색검정색등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특히 대부분의 카페가 블랙으로 근무복을 입는 것이 평소에 불만이었던 오너는 과감히 근무복을 레드로 선택했다자신의 옷 색깔을 가리키며 붉은색이 갖는 다양한 의미와 자신만의 철학을 이야기해주었다은퇴 후 새롭게 시작한 인생도 붉은 열정으로 살고 싶다며앞으로의 삶을 다채로운 색상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고 했다카페 중앙에 걸려있는 그림들도 그녀가 추구하는 삶의 모토처럼 형형색색 아름다운 빛깔들로 채워져 있었다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작한 카페를 지역에 알리고 안정된 운영을 하기까지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는 오너는 카페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을 묻자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금세 답을 주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일을 크게 벌이고 실수를 하면 감당할 수 없어 쉽게 무너질 수 있어요하지만 일을 작게 벌이면 실수를 한다고 해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이죠사람들은 처음부터 큰 매장을 얻고 이것저것 지나친 투자를 하고 한꺼번에 많은 돈을 벌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제 생각엔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작게 시작해서 아주 천천히 한걸음씩 내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일에서 재미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매순간 웃고 즐기며 직원들손님들과 재밌게 지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답니다.”

 

 

때마침 카페에 놀러와 있던 손자 손녀들이 그녀의 볼에 입 맞추며 작별인사를 했는데손자들을 자랑스러워하며 소개하는 그녀의 입가에서 호주 할머니의 편안하고 행복한 미소가 흘러나왔다카페 손님들이 내 집처럼 편안함을 느끼며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오너의 작은 소망은 이미 이루어진 듯 보였다지역주민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며 꿈에 그리던 카페를 현실로 이끌어낸 미렐라인생의 2막을 다채롭게 그려나가는 그녀의 열정적인 모습은 카페를 둘러싸고 있는 높고 푸르른 무화과나무처럼 싱그럽고 아름다웠다하루하루 색다른 삶을 그려나가는 그녀의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다채로워 질 것이다어제보다 더 아름다운 오늘어제보다 더 컬러풀한 오늘을 만들어 나가는 그녀처럼내가 만든 오늘 하나하나가 모여 나의 멋진 인생이 될 것이기에 오늘도 나는 한 잔의 향기로운 커피에 내 삶을 담아본다.

 

Three Figs Cafe

Address : Currumbin Valley café at the Ecovillage 639 Currumbin Creek Road, Currumbin Valley

Time : Wed-Fri 8am~2pm, Sat-Sun 8am~4pm

SNS : www.facebook.com/threefigs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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