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inBook] 천국의 문! 나는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

by zipang posted Apr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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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사이에는 꿈이있다. 꿈은 말하자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속하는 것이다.
경계에 속한다면 꿈은 죽음의 문이기도 하고 삶의 문이기도 하다.
이상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김경욱의 천국의 문'은 짧지만 꽤 인상깊은 여운을 남긴다.
 작가는 삶과 죽음의 근원적인 질문을 여자와 사내의 대화를 통해 묻는다

'흐르는 강물은 바다를 만나는 순간 가장 고요하죠. 근원으로 돌아가니까. 아니 근원의 일부가 되니까
죽는 순간 우리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에 휩싸여 깃털처럼 날아올라 거대한 빛의 일부가 돼요.
무한한 빛의 입자들이 먼지처럼 떠있는 그 거대한 빛은 시시각각 색깔을 바꾸며 아름답게 물결치죠.
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바다가 햇살에 반짝이는 것처럼.'

 먼지에서 먼지로, 빛에서 빛으로, 사실 별이란 우주먼지 덩어리죠. 별과 사람은 구성 성분이 같다는거 알아요?

우리가 어둠을 두려워 하는 것은 빛으로 돌아간다는 진실을 일깨우기 때문이예요
어둠을 두려워할때 우리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빛인 셈이죠.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 할필요는 없어요

부모가 갈라설때 여자는 아버지 곁에 남았다. 동생이 독립하겠다고 선수를 쳤고 엄마에게는 새 남자가 있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는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애당초 독립의 뜻을 내비쳤던 사람은 여자였다.
일본 유학을 원했던 쪽도, 오로라의 나라를 동경한 쪽도 여자였던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 일본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만난 일본남자와 결혼하고,
 일본에 놀러온 핀란드 남자와 재혼해 헬싱키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쪽은 동생이었다.
우울이 수챗구멍처럼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킬때면,
여자는 자신의 삶을 도둑 맞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진짜 삶은 다른 곳에 있는것 같았다. 

 불필요한 죄의식 속에서 여자는 평온을 얻었다.
그것은 여자가 몇안되는 구애자들을 조금씩 멀어지게 한 방식이기도 했다.
결혼이라는 청춘의 빛이 가장 가까이 다가왔던 순간에도,
그러니까 일몰의 바다위에 떠있는 것처럼 느껴지던 까페에서 반지 케이스를 앞에 두고도
여자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버지의 끼니, 아버지의 불면, 아버지의 발작,
말하자면 아버지라는 어둠..

동쪽으로 쪽창이 난 반지하의 부엌에서 감자를 꾸역꾸역 먹는 저녁이면
한 네덜란드 화가의 그림속에 들어앉은듯 했다.
 아버지만 떼어내면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리라 기대했는데,
휴대폰을 최신형으로 바꾸고, 영어회화 학원에도 등록하고,
 오로라를 보러 떠날수도 있을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아버지만 없다면.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들어갈때마다 시 외곽으로, 작은 평수로, 산동네로 세간을 옮기고도
요양병원 입원비 때문에 다시 반지하로 내려앉은 여자였다.
더 물러나야 한다면 이제는 땅속이나 하늘뿐이었다.

여자가 죽음을 실감한것은 아버지의 미소를 본 순간이었다.
처진 눈초리, 살짝 올라간 입꼬리. 미소짓는 얼굴이 틀림없었다.
아버지가 웃고 있다니.

원치 않는 역을 떠맡은 배우처럼 평생 뚱한 얼굴로 살아온 아버지가. 당혹스러웠다.

 인간만이 웃을수 있어요, 웃음이야 말로 영혼이 있다는 증거죠,
인간에게는 그 영혼을 육신의 감옥에서 해방시키는 혈이 있어요.
천국의 문이라 불리는 혈 깊숙이 침을 찔러 넣으면 단잠에 빠져 미소를 지으며 저 세상으로 가죠.

여자는 자신의 인생이 끝나버린 기분이었다.
아버지가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여자의 남은 생을 걷어가버리기라도 한것처럼. 

여자는 한번도 자신의 삶을 산적이 없는데 그것은 아버지 때문이다.
여자는 자신의 삶을 어둠으로 이끈 원흉이라 여기던 아버지가 죽었으니 이제 자기만의 빛을,
그토록 꿈꾸던 오로라를 찾아 떠나게 될까?
심연속 그녀의 마음이 이끄는 삶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묵직한 질문하나를 던져주고 소설은 끝이 난다.
여자에게 하나의 삶이 끝나고 새로운 삶이 시작될것이다.
인생의 모든것은 여자의 새로운 선택에 달려있다.
여자는 모든것을 다시 시작해야한다.
마치 세상에 처음온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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