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코칭in Life]Life is a cup of coffee~인생은 한잔의 커피!

by zipang posted Apr 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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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철저히 만들어진 인공음료다.

창고에 쌓아둔 그린빈은 쥐들도 쳐다보지 않을 만큼

맛도 없고 향도 매력적이지 않다고 한다.  

그러한 그린빈이 멋진 로스터를 만나

자신만의 고유한 맛과 향을 가득 품은 원두로

변화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신비롭기까지 하다. 

 

커피체리는 3년 만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커피나무에서 수확된다.

이러한 일련의 가공과정을 거쳐 바리스타에 의해 맛있는 커피 한 잔이 되기까지는

최소한 5~7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커피를 인생에 자주 비유하는 이유중 하나는

인생도 커피도 그 맛을 봐야 안다는 경험론 때문일 것이다.

늘 달달한 모카커피 혹은 까페라떼를 즐기던 내가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즐기게  된 건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어느 날이었다.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쓴맛 뒤에 처음으로 느껴졌던 고소하면서도 진한 맛!

입 안 가득 전해졌던 기분 좋은 쓴맛을

혀끝으로 처음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쓴맛 뒤에 이어진 단맛의 행복은 혀에 닿는 순간 금세 사라져버렸지만

그 느낌만은 오래도록 지울 수 없었다.

 

공부하면서도 오랫동안 알 수 없었던 커피 맛처럼,

문득 인생의 참맛도 공부를 해서 찾으려 했던

나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인생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 우리가 어떻게 그 답을 찾을 수 있고,

그 길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인생도 커피도 남이 만들어 놓은 정답으로

나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사랑하는 일을 하고,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다는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오랜 시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평생 처음으로 간절히 하고 싶은일이 눈앞에 나타났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욕망이 불꽃처럼 피어올랐고,

그 열망이 어릴적 꿈과 더해져 지구에서 가장 큰 섬 호주,  

이 머나먼 낯선 땅에 오게 된 것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태에서 떨어져 나온 남편과 나는

버려진 결점두처럼 외로움과 두려움에 맞서야했다. 

사랑스런 꽃향기와 부드러운 신맛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한 잔의 커피처럼 인생이 펼쳐지기를 바랐지만,  

어쩐지 쓰고 떫은맛만 입안 가득한 듯했다. 

물리적 충격을 받은 것도 아닌데 무언가에 둔치를 얻어맞은 듯

  수십 년 쌓아왔던 가치관과 신념들이 로스팅 되고 있는 커피콩들처럼

충돌하고 흔들리고 깨지고 다져지는 시간들을 거치게 되었다.

  내 인생의 1차 크랙이 시작된 것이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그 순간도 어느새 지나가고,  

오븐에 쿠키를 굽는 듯한 달콤한 향과

코끝을 자극하는 강한 신향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 이것이 인생의 맛이구나!’

그렇다!

내 인생에 다른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문득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과 아주 가까운 그곳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다!  

내가 찾던 행복은 무엇이 되고나서,  

무엇을 하고 나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커피 한 잔을 대할 때,  

그 맛과 향을 오감으로 느끼며 깨어 있는 의식으로

내 자신을 마주 하고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  

찬란한 오후,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내 자신에게 선물로 주고 싶던

아름다운 가을날 그렇게 행복은 아주 고요히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