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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COFFEE_호주커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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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빈의 여정, 인생과 같은… 

 

커피는 철저히 만들어진 인공음료다. 창고에 쌓아둔 그린빈은 쥐들도 쳐다보지 않을 만큼 맛도 없고 향도 매력적이지 않다고 한다.  

그러한 그린빈이 멋진 로스터를 만나 자신만의 고유한 맛과 향을 가득 품은 원두로 변화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신비롭기까지 하다. 커피체리는 3년 만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커피나무에서 수확된다. 이러한 일련의 가공과정을 거쳐 바리스타에 의해 맛있는 커피 한 잔이 되기까지는 최소한 5~7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 건 커피 로스팅을 공부하며 사진 강좌를 함께 배울 때였다. 맛있는 커피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우리의 인생과 너무도 닮아 있는 그린빈의 기나긴 여정이 무척이나 인상 깊이 다가왔다. 커피와 인생의 공통점을 깊이 생각해 본 것도 그때쯤이었다. 인생을 한 잔의 커피에 자주 비유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생도 커피도 그 맛을 봐야 안다는 경험론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맛과 향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찾아가며,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이해하게 되는 것도 그 이유이겠다. 커피의 쓴맛을 처음으로 즐기게 된 건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어느 날이었다.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에스프레소의 쓴맛 뒤에 처음으로 느껴졌던 고소하면서도 진한 맛! 입 안 가득 전해졌던 에스프레소의 기분 좋은 쓴맛을 혀끝으로 처음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쓴맛 뒤에 이어진 단맛의 행복은 혀에 닿는 순간 금세 사라져버렸지만 그 느낌만은 오래도록 지울 수 없었다. 공부하면서도 오랫동안 알 수 없었던 커피 맛처럼, 문득 인생의 참맛도 공부를 해서 찾으려 했던 나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인생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 우리가 어떻게 그 답을 찾을 수 있고, 그 길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인생도 커피도 남이 만들어 놓은 정답으로 나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내 인생의 다른 맛 

 

사랑하는 일을 하고,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다는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오랜 시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평생 처음으로 간절히 하고 싶은일이 눈앞에 나타났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욕망이 불꽃처럼 피어올랐고, 그 열망이 어릴적 꿈과 더해져 지구에서 가장 큰 섬 호주,  이 머나먼 낯선 땅에 오게 된 것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태에서 떨어져 나온 그와 나는 버려진 결점두처럼 외로움과 두려움에 맞서야했다. 사랑스런 꽃향기와 부드러운 신맛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한 잔의 커피처럼 인생이 펼쳐지기를 바랐지만,  어쩐지 쓰고 떫은맛만 입안 가득한 듯했다. 물리적 충격을 받은 것도 아닌데 무언가에 둔치를 얻어맞은 듯  수십 년 쌓아왔던 가치관과 신념들이 로스팅 되고 있는 커피콩들처럼 충돌하고 흔들리고 깨지고 다져지는 시간들을 거치게 되었다.  내 인생의 1차 크랙이 시작된 것이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그 순간도 어느새 지나가고,  오븐에 쿠키를 굽는 듯한 달콤한 향과 코끝을 자극하는 강한 신향이 조금씩 느껴지기도 한다. ‘아 이것이 인생의 맛이구나!’ 그렇다. 내 인생에 다른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매력적인 사우스 브리즈번 

 

퀸즈랜드 아트 갤러리 카페(Queensland Art Gallery Cafe, 이하 QAG 카페)는 40년인생을 바꿀만한 충격적인 변화의 물결에서 만나게된 또 하나의 잊을수 없는 카페다. 로스팅과정을 겪으며 부피가 늘어난 그린빈처럼 인생이 무겁게 느껴질때마다 찾게 되었던 QAG 카페에서  우린 또 다른 삶의 맛과 향을 느끼며, 통째로 흔들렸던 삶의 방향을 다시 잡을수 있었다.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주기도 하고, 등대가 되어주기도 했던 QAG 카페에서의 다양한 문화 경험들은  잊을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우리인생의 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퀸즈랜드의 심장부인 브리즈번에서도 문화와 예술의 중심이 되는 사우스 브리즈번에 위치한 아트갤러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즐겨 찾는 공간이다. 브리즈번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브리즈번 강이 시야에 가득 들어오고,  멀리 이곳의 수상교통인 시티켓(CityCat)이 반짝이는 강물 위를 그림처럼 내달리고 있었다. 강물에 비치는 은빛 물고기와 자유롭게 비상하는 시티갈매기들도 맨발로 뛰어다니는 꼬마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사우스 브리즈번은 세계 곳곳의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유명 레스토랑과 유니크한 카페들이 즐비하고,  아트갤러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는 퍼포밍센터, 얼마 전 150주년을 맞이한 퀸즈랜드 박물관과 영화관 등이 모여 있어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지역이다. 매년 9월 호주에 봄꽃이 필 무렵엔 브리즈번 페스티발로 시티 전체가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활기를 더한다.  파크랜드 주변을 중심으로도 인기 있는 뮤지션들의 다양한 무료공연과 이벤트들이 날마다 펼쳐지니  브리즈번의 봄 축제를 느끼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으리라. 

 

 

아트 갤러리 

 

아름다운 브리즈번 강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이는 퀸즈랜드 아트 갤러리(Queensland Art Gallery)는  1895년 3월 처음으로 개관하였다고 한다. 그 후 몇 번의 이전과 브리즈번 대홍수를 겪고 지금의 새롭고 멋진 모습으로 재탄생 하게 된 것은 1982년경이다. 

호주 식민지시대 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연대별, 작가별로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작가들을 선별하여 분기별로 다루기도 한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안 작가들의 작품도 눈에 많이 띄었다. 작년엔 한국작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비중 있게 소개되어 무척 감격스럽기도 했는데 올해는 한국인 작가의 이름이 보이지 않아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아트 갤러리와 도서관을 중심으로 몇 개의 카페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2층에 자리한 QAG 카페는 화이트와 블랙의 모던하면서도 깔끔한 내부와 친환경적인 느낌의 아웃도어 카페가 멋스럽게 조화를 이룬 아주 매력적인 공간이다. 특히 갈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난 워터드래곤 도마뱀 때문에 화들짝 놀랄 때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찾아간 그날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카페 입구에 서있던 워터드래곤.  처음 본 사람들은 놀라서 카페 안을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얼음처럼 서있기도 한다. 워터드래곤에 익숙한 사람들은 즐거운 듯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어대기도 하는 이색적인 풍경이 그려지는 그곳을  아주 오랜만에 다시 찾게 되었다. 

  

 

 

멋스런 문화 공간 

 

브리즈번 아트 갤러리를 찾을 때마다 맛있는 커피와 브런치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QAG 카페를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된다.  

모던한 느낌의 실내공간을 지나면 커다란 나무 그늘아래 멋스럽게 아웃도어 테이블들이 놓여있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워터몰(Watermall)은 우산모양의 아름다운 물방울을 연신 만들어낸다.  또한 아트갤러리 카페만의 멋스럽고 아늑한 조각공원도 이곳을 찾는 또 하나의 충분한 이유를 만들어준다.  중앙에 멋스럽게 자리한 커다란 나무 한그루는 여러 개의 테이블 아래로 넉넉한 나무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어,  한낮 무더위에도 시원스레 커피한잔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훌륭한 바리스타의 손맛과 제노비스커피가 만나 고소하고 신선한 맛을 자랑하는 플랫화이트 한잔을 마주할 때면,  그저 이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감정이 생겨나곤 한다.  문득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과 아주 가까운 그곳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다!  

내가 찾던 행복은 무엇이 되고나서,  무엇을 하고 나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커피 한 잔을 대할 때,  

그 맛과 향을 오감으로 느끼며 깨어 있는 의식으로 내 자신을 마주 하고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  

찬란한 오후,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내 자신에게 선물로 주고 싶던 아름다운 가을날 그렇게 행복은 아주 고요히 찾아왔다. 

 

 

 

●Homepage : http://www.qagoma.qld.gov.au/visiting-us/Restaurant_Cafes_Bar

●Address : Stanley Place, Cultural Precinct, South Bank, Brisbane, Queensland 4101, Australia

●Phone : +61 (0)7 3840 7303 begin_of_the_skype_highlighting +61 (0)7 3840 7303 end_of_the_skype_highlighting

●Fax : +61 (0)7 3844 8865 begin_of_the_skype_highlighting +61 (0)7 3844 8865 end_of_the_skype_highlighting

●E-mail : gallery@qagoma.qld.gov.au

●Time : Mon - Fri 10.00am – 5.00pm / Sat - Sun 9.00am – 5.00pm

●Ticketed exhibitions: Ticket desk closes 4:00pm / Exhibition and Gallery closes at 5.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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