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inMovie] 멜랑꼴리아~ 죽음을 통해 삶을 찾다!

by zipang posted Apr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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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는 그것에 걸린 사람의 마음을 어둡고 침침한 동굴 속에 가두어 두며
계속해서 공포심과 조바심 그리고 슬픔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괴롭힌다.”
멜랑콜리를 탐구하는 데 평생을 쏟았던 17세기 영국의 고전학자 로버트 버턴의 말이다.
우울증이 심각했던 감독은 어려서부터 지구가 다른 행성과 부딪히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오랜기간 고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오랜 고통과 두려움의 소산이었을까?
 우울증과 행성충돌로 인한 지구 종말을 소재로
라스 폰 트리에 감독판 판타지영화가 만들어졌다.

여주인공 저스틴의 우울증의 깊이만큼 트리에 감독의 우울증도 무척 심각했던것 같다.
영화제목이기도 한  ‘멜랑콜리아’는 우울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지구와 충돌하는 거대한 행성의 이름이기도 하다.
우울증은 인간 내면의 파멸을, 지구 종말은 외부 세계의 파멸을 의미한다.


 

1956년 덴마크 코펜하켄 출생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8살에 8밀리 카메라를 구입하고 10살에 편집에 대한 꿈을 가졌다.
 코펜하겐 대학과 덴마크 영화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하던 시절,
학생 신분으로 만들었던 〈야상곡(Nocturne)〉(81)와 〈자유의 영상(Image of Relief)〉가
모두 뮌헨 영화제의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여
'미래의 유럽영화를 책임질 무서운 신예'라는 평을 받게 된다.

데뷔작인 〈범죄의 요소 Element of Crime〉는
84년 깐느 영화제의 기술 및 효과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였고,
그후에 발표한 〈유로파 Europa〉는 91년 깐느의 심사의원 특별상을 수상한다.
86년 자신의 영화사 Element Film을 설립하고 만든 87년작 〈전염병 Epidemic〉은
깐느의 공식 초대작으로 초청되었고, 〈브레이킹 더 웨이브 Breaking the Waves〉는
세계적인 호평을 받으며 96년 깐느의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98년 3월에 완상된 라스 폰 트리에의 차기작,
〈백치(들) Idiot(s)〉은 98년 깐느 경쟁부문에 출품되어 극찬을 받았으며
이전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시각적 형식과 예술적 표현을 발전, 승화시키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트리에 감독은
여배우들이 함께 작업하기 가장 어려워 하는 감독!
다시는 함께 일하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하는 여배우들의 기피대상 1위이기도 하다.
영혼을 갉아 먹는 감독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지구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우울’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행성.
우울증으로 고통받던 저스틴은 역설적이게도 ‘우울’이라는 행성과의 충돌소식을 통해
고통에서 해방된다. 피할수 없는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비로서 삶에 집중하게 된다
.

 

영화의 프롤로그는 이 과정을 탐미적인 판타지로 펼쳐 보인다.
두개의 태양이 비치고 두개의 그림자가 보인다.
촛점을 잃은듯한 표정의 저스틴,  그 뒤로 죽은 새들이 떨어진다.
거대한 행성이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푸른달빛에 달리던 말이 그림처럼 주저앉는다.
다시 하늘에는 두 개의 달이 떠있다.
두개의 그림자가 보이고
지구와 멜랑콜리아는 점점 가까워진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저스틴이 짙은회색의 두꺼운 그물을 힘겹게 뚫고 달린다.
한걸음 한걸음을 떼기가 힘들다.

영화초반부 웨딩드레스를 입은 저스틴은 시종일관 행복한 표정을 짓지만
사실 그것은 그녀의 본 모습이 아니다.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언니 부부가 베풀어준 호화로운 피로연도,
예비신랑이 자기를 위해 마련해준 과수원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슴을 짓누르는 우울감을 그저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이다.
 혼자 애쓰던 신랑 마이클은 결국 이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 곁을 떠난다.
점점 더 우울증이 심해지던 저스틴!
멜랑콜리아가 지구에 다가올수록 상태가 반전된다
그녀에게 지구 종말은 오히려 해방을 의미한다.
늘 보살핌만 받던 저스틴은 오히려 공포에 떠는 언니와 어린 조카를 안심시킨다.
그리고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아름답게 지구 종말의 순간을 맞는다.
멜랑꼴리아와 함께 산산이 부서지는 마지막 장면은 아름답고 찬란하다.
.
영화에서 주목할 또하나의 사실은 영화음악이다.
두시간동안 영화속에 나오는 음악은 바그너의 음악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1막 전주곡뿐이다.
몽환적으로 시작해 사랑의 엑스터시로 절정에 이르는 곡이다.

‘트리스탄 코드’는 바그너가 추구했던 음향적 탐미주의의 상징이라한다.
딱히 어디에도 속한다고 할 수 없는 화음, 으뜸음으로 귀환해야 하는 의무로부터 해방된 화음!
마치 꿈을 꾸듯 비현실적으로 흘러가는 화음! 이 화음이 만들어내는 애매모호하고 감각적인 음향이
트리에의 탐미적인 영상과 만나 에로틱한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그 세계는 매우 낯설지만  신비롭고 황홀하다.

불완전한 삶은 죽음을 통해 완성된다.

죽음을 찬란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저스틴은 우울한 삶으로 부터 해방된다.
황홀하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끝낸 순간!
멜랑꼴리아는 마침내 지구와 하나가 된다~
삶과 죽음이 하나가 되는 순간
모든것이 온전한 무의 상태로 돌아간다!


멜랑콜리는 오랫동안 “명민함, 지적인 우아함, 천재성 혹은 창조적 에너지와 연관”된 것으로
인식되었고, 사람들은 멜랑콜리를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창조성과
지적 능력에 따르는 유해한 부작용”으로 이해했다.
  멜랑콜리는 “천재들에겐 피할 수 없는 병”으로 마치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도 이와 같은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역량과 에너지를 반밖에 쓰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지구종말을 그린 판타지 영화~
한번 더 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이다..